넥스트챌린지 김영록 대표 “스타트업 DNA는 어디서 시작되는가”
- 넥스트챌린지 재단법인
- 4월 9일
- 4분 분량
건축가에서 교육자, 혁신 스타트업 엑셀레이터로…김영록 대표의 삶과 도전
지역 창업 생태계, 창업 교육, 스타트업 철학을 잇는 그의 혁신 이야기

넥스트챌린지 김영록 대표./사진=김희연 기자
[파이낸셜리뷰=김희연 기자] “진정성, 실력, 그리고 사명감. 이 세 가지가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김영록 넥스트챌린지 대표는 제주 서귀포라는 변방에서 스타트업 생태계를 일군 보기 드문 사례다. 건축가에서 교수, 지금은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글로벌 엑셀러레이터 대표로 자리매김한 그는 2019년 넥스트챌린지 재단을 설립한 뒤 6년 만에 창립 매출 100억원 돌파, 국비 누적 800억원 유치, 스타트업 투자 및 보육지원 1000여개를 넘는 성과를 냈다.
최근엔 저서 ‘미지의 늑대’를 통해 아세안 국가들과의 협력 가능성을 제시하며 글로벌 스타트업 생태계에 대한 통찰을 전했고, 국내 최초의 스타트업 고등학교인 넥스트챌린지스쿨을 설립하기도 했다. 2019년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서귀포를 본사로 인가 받고 한땀 한땀 이어온 그의 정성과 노력, 도전은 단순 창업지원을 넘어 지역의 창업도시 조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넥스트챌린지 재단의 시작
/사진=넥스트챌린지
그의 가능성을 먼저 알아봐 준 이는 한양대의 한 교수였다. “정부기관 융합인재육성 프로젝트 전문위원으로 활동하다가 함께 활동하신 교수님의 추천으로 한양대 특별임용 교수로 발탁됐습니다.” 그는 7년간 창업교육, 산학 협력 모델 개발, 창업 커리큘럼 개발 등을 경험했다. 그 소중한 경험이 넥스트챌린지 재단 설립으로 이어졌다. “공공 지원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창업 생태계를 만들 수 없다는 걸 절실히 느꼈습니다. 민간이 주도해야 합니다.”
본사를 서귀포에?...가능성 제로에서 시작된 창업 실험
“다들 서귀포에서 창업은 안 된다고 했어요. 하지만 거기서 해낸다면 부산, 대구, 광주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서귀포는 지방 중에서도 관광 말고는 할 게 없는 가장 인프라가 열악한 지역 중 하나였습니다. 대기업도 없고, 고용 시장도 좁으며, 청년들은 빠르게 빠져나가고 있었죠. 그래서 오히려 그곳에서 실험해 보고 싶었습니다.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생각되는 곳에서 새로운 판을 만들 수 있을까? 혁신이 ‘유리한 조건’이 아닌 ‘불리한 조건’에서도 가능하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어요.”

서귀포시 Startup Bay./사진=넥스트챌린지
초기에는 입주한 스타트업도 손에 꼽을 정도였지만, 김 대표는 진정성 있는 태도와 실력으로 지역 사회의 신뢰를 얻었고, 행정과 민간의 협력을 끌어냈다. 그 결과 지금의 서귀포는 제주시보다 더 활발한 창업 생태계를 품은 도시로 성장했다.
현재 서귀포에는 3개의 창업 센터가 운영 중이며, 약 200개의 기업이 이곳을 거쳐 갔다. 국비 83억을 유치한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 2021년 제주도청으로부터 명예도민증서를 수여받은 그는 향후 10년 이내 서귀포 동서로 글로벌 혁신 기술 거점 10개 센터를 연결하는 ‘마이크로 실리콘밸리’를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통해 청년들이 다시 지역,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창업 생태계 확장에 힘쓰고 있는 것이다.

넥스트챌린지 김영록 대표./사진=김희연 기자
“서울이나 판교에선 보기 힘든 끈끈한 인맥을 바탕으로 한 빠른 실행력과 응집력이 지역엔 있습니다. 지방은 제약이 많기 때문에 오히려 더 창의적인 해법이 나옵니다. 창업은 자본이 아니라 ‘문제해결’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서울은 문제보다 기회에 집중된 생태계라면, 서귀포 같은 곳은 생존형, 실전형 창업이 가능해요. 실패해도 바로 피드백이 오고, 실행이 빠르거든요. 그래서 이곳이 창업의 실전 교과서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스타트업은 곧 교육이다, 한국판 테슬라 고등학교 설립
김 대표는 창업 생태계 구축을 넘어 ‘스타트업 인재’ 양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지난 3월, 5년간 준비한 ‘넥스트챌린지스쿨(NCS)’이 문을 열었다. 국내 최초의 스타트업 특화 대안 혁신 고등학교로, 그는 이 학교를 '한국판 테슬라 고등학교'라고 소개했다.
“AI 시대에 맞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모두 말하지만, 정작 현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제가 직접 AI와 인간이 공존하는 유일한 학교를 만들었습니다.”

지난해 넥스트챌린지스쿨 모집 공고./사진=넥스트챌린지
넥스트챌린지 스쿨은 기존 공교육 체제와는 완전히 다른 커리큘럼을 갖췄다. 학년제가 없고, 중2부터 고3까지 함께 수업을 듣는다. 창업 실습, 미래 기술 교육, 글로벌 탐방이 기본이다. 현재 소수의 학생들로 시작했지만 그는 '자퇴하고 이 학교를 선택할 정도의 용기를 가진 학생들'이라고 말한다.
연간 등록금은 재단이 장학금을 50% 제공해 실제로는 월 100만원(영어교육 포함) 수준이다. 글로벌 액셀러레이터 경험을 살려 강사진은 미네르바대 교수, 실리콘 밸리 창업가, 글로벌 기업 현직 전문가,사회적 기업, 스타트업 CEO, 문화, 예술, 체육, 역사 등 최고 수준의 국내외 강사진으로 구성돼 있으며 전세계 국제학교 학생들과의 교류를 통해 세계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한다. 김 대표는 3년 내 민사고 이상의 경쟁률을 자신하고 있다.
기술이 인간의 가치를 뛰어넘는 시대, 준비는 지금부터

김영록 대표의 세 번째 '늑대' 시리즈 저서, '미지의 늑대'./사진=넥스트챌린지
김 대표의 저서 ‘늑대’ 시리즈는 창업과 교육 현장에서 마주한 현실을 바탕으로, ‘늑대처럼 스스로 길을 찾는 사람들’을 위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변종의 늑대(기초편), 진격의 늑대(심화편), 그리고 미지의 늑대(아세안편)는 교보문고 연속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며 누적 10만부 베스트셀러로 오르기도 했다.
그의 9번째 저서 ‘미지의 늑대’에서는 고전, 철학, 역사 그리고 인공지능 기술과 한국·아세안의 역할 및 한국경제의 미래까지 아우르며 아세안 국가를 중심으로 ‘미지의 시장’을 개척하는 길을 제시한다. 특히 AI·로봇 시대에 우리가 마주할 거대한 전환점, 즉 ‘특이점(Singularity)’을 강조한다.
현재 인류는 인공지능의 급속한 발전과 그로 인한 데이터 독점의 가능성으로 인해 새로운 위기 국면에 접어 들었다. 이는 ’현대판 소유의 불평등’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기술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는 시대는 이미 시작됐으며, 창의력과 상상력이 살아남는 마지막 경쟁력이 될 것이라 말한다.
“AI 시대엔 반복되는 업무는 모두 사라집니다.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은 창의력과 공감 능력, 그리고 상상력입니다.”
그가 넥스트챌린지스쿨에 스타트업 DNA를 심으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창업 자체보다는 혁신을 이해하고 문제를 감각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힘을 키우는 데에 방점이 있다.
“싱가포르 등 해외의 경우 고등학교 때 창업해서 20대에 유니콘 기업을 일군 사례가 많아요. 어린 나이일수록 창의력은 더 큽니다. 그 시기에 창업을 위한 감각을 배우면 삶 전체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삼성 이병철 회장의 좌우명 '운·둔·근'…세 단어 가슴에 품어야
그의 경영 철학은 단순하지만 강력하다. ‘운·둔·근’ 운은 스스로 만드는 것이고, 둔은 ‘어리석은 새가 멀리 간다’는 말이 있듯이 너무 많은 계산보다는 우둔함이 필요하다는 것이며, 근은 성실, 근면이다. 그는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철학을 빌려 이 말을 좌우명으로 삼고 있다.
“운은 준비된 자에게 옵니다. 계산기 두드리지 말고, 미련할 정도로 꾸준히 밀어붙여야 합니다. 저는 늘 ‘실패해도 괜찮다’고 말합니다. 창업은 숫자 놀음이 아닙니다. 나 자신을 바다에 던질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며 생존이 걸려 있습니다. 제가 책을 9권 쓰고 얻은 한 줄의 명언이 있습니다. ‘인생이란 모호함을 극복하는 것이다. 이를 극복할 때 우리는 비로소 승리할 수 있습니다. 혁신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우리가 발 딛고 선 그 자리에 씨앗을 심으면, 그게 바로 시작입니다.”
출처 : 파이낸셜리뷰(http://www.financialreview.co.kr)